김경수 선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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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 잡설/김경수의 잡설

첫 발령지

김경수 선로이야기 2014. 1. 28. 08:23

 

첫 발령지

 

내가 철도에 입사해서 처음 근무했던 곳은이 강원도 삼척군 도계읍  탄광촌이다.

철길 옆에는 다닥다닥 판잣집들이 서로 기대여 넘어질세라 잡아주듯 줄지어 서 있고 그 작은 골목 사이로 연탄 가루로 얼룩진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한 꼬마들이 우르르 떼를 지어 몰려다니 던 그런 탄광촌이다.


내가 특별히 도시에서 태어나 여기에 온 것이라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힘입어 무연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광 촌은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탓일 것이다.

하필이면 인구가 증가하는 도계로 발령을 받아서 달 셋방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방세도 비싸고 더군다나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물 부족이다.


식수를 공동수도에서 받아다가 사용하는 데 물이 부족하니 오후 두 시 경에 물을 주는 것이다.

이러하니 혼자서 자취를 하는 사람은 물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퇴근할 때 사무실에서 물을 한 통 담아서 집에 가져가 밥을 해먹곤 했다.

또한, 철길 옆으로 민가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철길로 사람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는 몰라도 철길에서 사상사고도 가끔 나곤 했다.

그러는 날이면 선로반 직원들이 나가서 시신을 수습하고 보호자가 찾아올 때까지 시신 옆에서 침목으로 불을 피워놓고 술을 마셔가며 지키고 있어야만 했다.

난 무서워서 모닥불 옆에 바짝 붙어서 밤을 세우고 나면 얼굴은 까맣고 콧속에서는 그읆 덩어리가 튀어나온다.

야간에 철길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하지만 당시에 이러한 일을 묵묵히 잘 처리하는 선배님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선배님들이 존경스럽다.

당시에는 119도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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