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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반 주(酒)

김경수 선로이야기 2013. 9. 10. 09:29

물반 주(酒)


철도 시설반에서 7~80년대는

관리장이 궤도검측차가 지나가고 나면

직원들이 선로보수 하느라 고생했다고

퇴근하면 술을 삽니다.


당시에는 퇴근해서 술집으로 가는게 아니라

퇴근 무렵 시장에가서

말걸리와 술안주 용 재료를 사와서

찌게를 끓여 먹거나

아니면 안주를 사와서 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 하고 퇴근을 했는 데

이것을

“물반 주(酒)”라 하는데

왜 이것을 “물반 주(酒)”라고 했나 하면


관리장이 선로보수작업을 할 때

 선로 좌우 레일의 높 낮이를 측정하는

수평게이지를 당시에는

 “물반”이라고 했습니다.


수평기에 물봉이 들어 있다고 해서

 “물반”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트랙게이지"라 하죠.

시설관리반에서는

 궤도검측차 성적이 잘 나와야

담당 관리장이 "선로관리를 잘했다"고 하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궤도검측차 운행 몇 주 전부터

선로보수를 열심히 합니다.


그러니

관리장은 직원들 한테 미안한 감도 있고 해서

 “물반주”를 사는 거 같았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선임시설관리장시험에

응시하려면 반드시 관리장을 해야 했습니다.

 

그 외에도

관리장을 처음 하거나 아니면

임시로 관리장업무를 해도 "물반주"를 샀습니다.


당시

철길을 보수하는 선로반에서는

 하루종일 비터(곡굉이)작업, 함마작업 등

육체적으로 중노동을 하므로

쉴 참이나 퇴근 무렵에는

막걸리를 자주 먹는 편인데

딱히 누가  막걸리를 사는 이가 없으니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

막걸리를 사다가 먹었습니다.


예를 들면

입사헤서 작업복이 처음나오면 "착복주"

신발이 처음 나오면 "착화주"

그 외에도

공무원증

철도승차증(당시에는 직원용 페스가 나왔음)

교육을 가게 되면 교육송별 "주"

 또 교육 갔다 오면 교육신고 "주"


이렇게

이름을 짓고 말을 만들어 세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술 힘으로 힘든 일을 하곤 했습니다.


하물며

선로 주변에 잔칫 집이나,

기제사 집, 생일 집이 있어도

찾아가서 술과 안주를 얻어다 먹기도 했습니다.

얻어 먹기 보다는

선로주변에 있는 민가는

선로반 직원과는 이웃사촌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철길 옆에 사는 주민들은

으래 집에 행사가 있거나 먹을게 있으면

선로반 직원을 불러서

술과 안주를 준비해 두었다가 주기도 했습니다.

 

선로반 직원들도 철길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눈·비가 오면

철길 옆 민가 집에 찾아가 비를 피하고

겨울에는

도시락을 먹기고 쉬기도 하곤 했습니다. 

 

 철길에서 일을 하다가 먼지가 묻은 작업복,

그리고

땀냄세, 발냄세가 나는 데도

기꺼이 방을 내주어 따뜻한 방에서

점심을 먹은 기억

그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이야 자동차가 있으니

일을 하다가도 눈비가 오면 바로 철수하여

선로반으로 들어오면 되고

점심도 아예 자동차로 맛있는 집을

골라 다니면서 사먹으면 되니

그때에 비히면 참

편한 세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시설반에서 수평기(물반)로 선로를 검측하는 사진

 

 

 

 

시설반에서 침목교환하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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