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늙어가는가 보다
이런 글이 공감이 되어 공유하다니
나는 과연 어디에 속하는가?
김 형석 교수
백세 일기 중에서 ᆢ
✨ 노인고(老人考)
우리가 늙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나 자신을
한 번 뒤돌아 보게 합니다.
이를 ‘노인고(老人考)’라 이름 붙이고 우리의 나머지 인생이 그리 초라하지 않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봅니다.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고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이 가지 않는 다 한탄하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하리요/
보고픔만 더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하게도/
하루 3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 더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던들 무엇하리요.
작디 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 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괴로움만 더한 것을..../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할 뿐/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어떻습니까?
어쩌면 황혼녘에 들어선 대다수
사람들의 닥쳐올 현실 아닌가요?
어느덧 팔순 고개가 가까워 오면 일주일이 하루 같다고 할까요?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문안 전화도 뜸뜸이 걸려오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뚝 끊기고 맙니다.
아마 이럴 때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노인이 되어봐야
노인 세계를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입니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노광(老狂)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가 있고,
노궁(老窮)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도 있습니다.
첫째, 노선(老仙)입니다.
늙어 가면서 신선 처럼
사는 사람이지요.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습니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습니다. 선도 악도 다 털어 버렸습니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습니다.
건너야 할 피안(彼岸)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습니다. 다만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이지요.
둘째, 노학(老鶴)입니다.
늙어서 학처럼 고고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하지요.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습니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압니다.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아낌을 받지요. 또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작품들을 펴내기도 합니다.
셋째, 노동(老童)입니다.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
처럼 사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 한 공부를 합니다. 시경(詩經) 주역(周易) 등 한문이며 서예며 정치 경제 상식이며 인터넷 카페에 열심히 들어갑니다. 수시로 동지들과 어울려 여행도하고 노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냅니다.
넷째, 노옹(老翁)입니다.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을 말하지요. 집에서 손자들이나 봐주고 텅 빈 집이나 지킵니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합니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다섯째, 노광(老狂)입니다.
미친 사람 처럼 사는 노인입니다. 함량 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으려고 합니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 불고하고 파리처럼 달라붙지요.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섯째, 노고(老孤)입니다.
늙어가면서 아내나 남편을 잃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삼십대의 아내는 기호식품 같다고 합니다.
사십대의 아내는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버립니다.
오십대가 되면 아내는 가보(家寶)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육십 대의 아내는 지방 문화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칠십대가 되면 아내는 국보의 위치에 올라 존중을 받게 됩니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지요.
일곱째, 노궁(老窮)입니다.
늙어서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사람입니다. 아침 한 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합니다. 갈 곳이라면 공원이나 광장뿐입니다.
점심은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합니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갑니다.
며느리 눈치 슬슬 보며 밥술 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잡니다. 사는 게 괴롭지요.
여덟째, 노추(老醜)입니다.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이지요.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의 삶은 어느 곳에 해당할까요?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을 내리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의 삶이 외롭고 고달프다면 내생을 위해서라도 공덕을 쌓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원(願)은 큰 데에 두고, 공(功)은 작은 데부터 짓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우에는 괘념(掛念)치 말고 공덕 쌓기에만 힘을 쓰면 큰 공과 큰 대우가 돌아오게 마련이지요!
# 오늘 깨우침의 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많은 짐을 갖지 않는다. 높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거운 것들은 산 아래 남겨두는 법이다. 정신적 가치와 인격의 숭고함을 위해서는 소유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유는 베풀기 위해 주어진 것이지 즐기기 위해 갖는 것이 아니다.
- 김형석 교수, '백세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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